파운드리와 메모리의 결합: 삼성과 TSMC가 HBM4 로직 다이에 사활을 거는 배경

HBM4(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가 이전 세대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제품의 ‘발머리’인 베이스 다이를 누가, 어떻게 만드느냐에 있습니다. 2048-비트라는 유례없는 데이터 통로를 제어하기 위해, 이제 메모리 제조사는 파운드리 공정이라는 낯선 영역을 완벽히 통제해야만 합니다.

1. 베이스 다이의 ‘신분 상승’

과거 HBM3E까지의 베이스 다이는 단순히 층별 D램을 연결하고 GPU와 신호를 주고받는 ‘정거장’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HBM4의 로직 다이(Logic Die)는 다릅니다.

  • 복잡도 증가: 데이터 통로가 2배로 넓어지면서 신호를 정렬하고 오류를 수정하는 회로가 기하급수적으로 복잡해졌습니다.
  • 전력 최적화: 16단으로 쌓인 칩의 전력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기 위해 스마트한 전력 관리 시스템(PMIC) 기능까지 로직 다이에 통합되고 있습니다.

2. 전략의 차이: ‘동맹’인가 ‘독자 생존’인가

이 고난도 로직 다이를 만들기 위해 업계는 두 갈래 길로 나뉘었습니다.

① SK하이닉스-TSMC의 ‘원 팀(One Team)’ 전략

SK하이닉스는 세계 1위 파운드리인 TSMC와 손을 잡았습니다.

  • 이유: TSMC의 5nm, 4nm 공정 노하우를 그대로 가져와 로직 다이를 생산함으로써, 엔비디아(NVIDIA) 등 TSMC의 주요 고객사 칩과의 호환성을 100% 보장하겠다는 전략입니다.
  • 강점: 분업화를 통해 각자의 전문성을 극대화하며 리스크를 분산합니다.

② 삼성전자의 ‘턴키(Turn-key)’ 전략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메모리,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AVP)을 한 지붕 아래 모두 갖춘 기업입니다.

  • 이유: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내부에서 처리하여 속도를 높이고, 공정 간 최적화를 통해 성능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입니다.
  • 강점: 고객사 입장에서 여러 업체를 조율할 필요 없이 삼성 한 곳만 상대하면 되는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3. 왜 파운드리 공정이 필수적인가?

로직 다이에 초미세 파운드리 공정(5nm 이하)을 도입하면 얻는 실익은 분명합니다.

  • 다이 사이즈 축소: 회로를 조밀하게 설계할 수 있어, 베이스 다이의 크기를 키우지 않고도 기능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이는 한정된 패키지 규격을 지키는 데 결정적입니다.
  • 발열 저하: 선단 공정일수록 전력 효율이 좋아지므로, HBM의 고질병인 발열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습니다.

4. 2026년 반도체 패권의 향방

결국 로직 다이 통합 기술은 메모리 업체가 ‘시스템 반도체의 설계 역량’까지 갖추어야 함을 시사합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인프라를 활용해 반격에 성공할지, 아니면 SK하이닉스가 TSMC와의 혈맹을 통해 초격차를 유지할지가 2026년 하반기 실적의 최대 변수가 될 것입니다.

■ 핵심 요약

  • HBM4 로직 다이는 초미세 파운드리 공정 도입을 통해 지능형 메모리로 진화했다.
  • SK하이닉스는 TSMC와의 협력으로, 삼성전자는 자체 파운드리를 활용한 통합 솔루션으로 시장에 대응 중이다.
  • 로직 다이 제작 역량은 이제 메모리 기업의 종합 경쟁력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었다.

■ 다음 편 예고

기술의 변화는 비즈니스 모델도 바꿉니다. 다음 시간에는 ‘기성복에서 맞춤복으로: 빅테크 기업들이 독자적 HBM 로직 설계를 원하는 이유’를 통해 커스텀 HBM 시장의 실체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 질문

기술력을 가진 두 회사의 ‘협업’과 모든 공정을 다 가진 회사의 ‘수직계열화’, 여러분은 급변하는 AI 시장에서 어떤 모델이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여러분의 통찰이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