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후 디지털 자산은 어떻게 처리될까요? 현실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메일, SNS, 클라우드, 암호화폐, 유튜브 채널 등 다양한 디지털 유산을 남기고 세상을 떠납니다. 문제는 이 디지털 자산이 상속 대상이 되면서도, 동시에 개인정보 보호와 사생활 침해라는 민감한 이슈와 맞닿아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각국의 법적 접근 방식은 서로 다릅니다. 아직 명확한 국제 기준은 없지만, 일부 선진국은 법제도를 통해 디지털 유산의 처리 기준을 마련해가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해외 주요 국가들의 디지털 유산 관련 법제도와 정책을 비교해보고,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디지털 유산이란?
먼저 개념을 정리하면, **디지털 유산(Digital Legacy)**은 사망한 개인이 남긴 온라인 정보, 계정, 디지털 자산 등을 의미합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 SNS 계정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 이메일, 클라우드에 저장된 데이터
- 블로그, 유튜브 등의 콘텐츠 및 수익
- 암호화폐 지갑, NFT, 온라인 포인트 등
이들은 경우에 따라 개인정보, 재산, 지적재산권, 사생활 기록 등 다양한 법적 성격을 동시에 가질 수 있어,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복잡한 문제로 이어집니다.
미국: RUFADAA로 상속자 권리 보장
미국은 디지털 유산과 관련해 비교적 빠르게 제도화를 진행한 나라입니다.
🔹 RUFADAA (Revised Uniform Fiduciary Access to Digital Assets Act)
- 2015년 제정된 통일법으로, 유언장 또는 명시적 동의가 있는 경우, 상속인(또는 유산관리인)이 디지털 자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
- 2025년 현재, 대부분의 주(State)에서 이 법을 채택하고 있음
- 단순한 로그인 정보 제공이 아닌, 법적 권한에 따라 제한적 접근을 허용
- 플랫폼 서비스 약관보다 법이 우선하도록 설계됨
👉 핵심 시사점: 고인이 사전에 유언장이나 별도 설정을 통해 디지털 자산 처리 방식을 명시해두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음.
유럽연합(EU): GDPR과 사망자 정보의 간접 보호
유럽은 개인정보 보호에 매우 민감한 지역으로,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이라는 강력한 법 체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 GDPR은 원칙적으로 생존 개인의 정보만 보호 대상으로 명시
- 하지만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일부 국가에서는 자체법을 통해 사망자 개인정보도 보호
- 예: 프랑스 민법 제85조는 사망자의 디지털 자산에 대한 유족 권리를 인정하며, 계정 삭제 또는 유지 요청 가능
👉 핵심 시사점: 유럽은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사망자의 프라이버시 보호에 무게를 두는 경향이 있음.
독일: 사망자 계정은 상속 대상
독일은 디지털 자산을 전통적인 유산과 동일한 방식으로 상속합니다.
- 2018년 연방대법원 판결에서, 사망자의 페이스북 계정은 상속 대상이라는 판례가 나옴
- 부모가 자녀의 사망 이후 계정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받음
- 계정 안의 메시지, 게시물도 유산으로 간주됨
👉 핵심 시사점: 독일은 디지털 계정도 상속권에 포함시키며, 개인정보보다 재산권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임.
일본: 플랫폼 중심의 비공식적 처리
일본은 아직 디지털 유산에 대한 법적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 대부분의 플랫폼이 내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사망자 계정 처리
- 예: 야후재팬, 라인 등은 유족 요청 시 계정 삭제 가능
- 다만, 고인의 동의 없이 계정 내 콘텐츠에 접근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
👉 핵심 시사점: 일본은 법보다는 서비스 운영자의 자율적 정책에 의존하고 있음. 사용자도 생전에 대비할 필요가 있음.
한국: 아직 미비한 법적 기준
2025년 현재 대한민국은 디지털 유산 관련 법률이 명확하게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사망자 개인정보 보호도 개인정보보호법상 직접적인 보호 대상이 아닙니다.
- 플랫폼(네이버, 카카오 등)별로 자체적인 사망자 계정 처리 정책 운영 중
- 유가족이 요청하면 계정 삭제는 가능하지만, 내용 접근은 원칙적으로 제한
- 구글, 애플 등 글로벌 플랫폼은 국내 법보다 자체 국제 정책 기준 적용
👉 시사점: 법률 공백 상태이므로, 개인이 생전에 **디지털 유산 관리 계획(예: 유언장, 비상계정 설정 등)**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
국가별 비교 요약
| 국가 | 사망자 개인정보 보호 | 디지털 자산 상속 | 특징 |
|---|---|---|---|
| 미국 | 부분 보호 (유언장 필요) | 법적으로 명확 | RUFADAA로 체계화 |
| 독일 | 보호보다 상속 중시 | 계정 전체 상속 가능 | 판례 존재 |
| 프랑스 | 법으로 보호 인정 | 상속 가능 | GDPR 보완 법령 존재 |
| 일본 | 보호는 약함 | 제한적 | 플랫폼 자율 정책 중심 |
| 한국 | 보호 미비 | 상속 불명확 | 제도 정비 진행 중 |
결론: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디지털 유산은 이제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그러나 국경을 넘어 다양한 서비스와 플랫폼을 사용하는 현대인에게 있어, 국가별 법제도의 차이는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한국은 아직 관련 법이 정비되지 않은 만큼, 다음과 같은 사전 준비가 필수입니다.
- 디지털 자산 목록 정리 및 분류
- 유언장 또는 디지털 유산 처리 지침 작성
- 플랫폼별 사망자 계정 정책 사전 파악
- 비상 계정 접근 수단(예: 구글 Inactive Account Manager) 설정
디지털 시대의 죽음 이후는 단순한 정리가 아니라, 사전 계획과 법적 대응이 필요한 복잡한 이슈입니다. 해외 사례를 참고하여, 스스로의 디지털 자산을 어떻게 남기고 정리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