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법과 디지털 유산 상속, 충돌하지 않을까? 균형을 위한 가이드

디지털 시대의 죽음은 이제 단순한 사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사망자가 남긴 SNS 계정, 이메일, 클라우드 자료, 유튜브 채널, 암호화폐 지갑 등은 디지털 유산이라는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상속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디지털 유산에는 고인의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고, 이러한 정보에 대한 접근은 개인정보보호법의 규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결국, 상속권과 개인정보 보호라는 두 법적 가치가 충돌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디지털 유산을 상속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법과 충돌할 수 있는 지점들, 그리고 현명한 균형점을 찾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습니다.


디지털 유산 속 개인정보란?

디지털 유산은 사망자가 생전에 인터넷 또는 디지털 플랫폼 상에 남긴 모든 종류의 디지털 흔적을 포함합니다. 여기에 포함되는 개인정보의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이메일, 메신저 대화 내용
  • SNS 게시글 및 메시지
  • 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 영상, 문서
  • 블로그나 유튜브 계정의 관리 권한
  • 암호화폐 지갑 주소 및 인증 정보

이 중 일부는 상속 가치가 있는 디지털 자산으로 간주되지만, 동시에 사망자의 사생활 및 제3자의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한 상속 문제로 치부하기 어렵습니다.


상속권과 개인정보 보호, 충돌하는 이유

🔹 1. 사망자의 정보는 누구의 것인가?

민법에 따르면 사망자의 재산은 상속인에게 승계되며, 이는 디지털 자산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은 **“살아 있는 개인의 정보”**를 보호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사망자에 대해서는 명확한 보호 규정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사업자들은 사망자의 프라이버시와 제3자의 권리를 이유로, 계정 정보 제공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 2. 제3자의 정보가 함께 포함된 경우

사망자의 계정 안에는 종종 가족, 친구, 동료 등 타인의 정보가 함께 포함됩니다. 예컨대, 이메일이나 메신저 대화에는 상대방의 주소, 연락처, 사적 대화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죠. 이 경우, 상속인이 계정을 열람하는 것이 타인의 개인정보 침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3. 서비스 이용약관과 법의 충돌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글로벌 플랫폼들은 대부분 이용약관을 통해 계정 양도를 금지하고 있으며, 사망자의 명시적 사전 동의 없이 타인의 접근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법적 상속권과 충돌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균형을 위한 가이드: 보호와 상속의 조화

이처럼 상속과 보호가 충돌하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균형을 이룰 수 있을까요? 아래 가이드를 통해 합리적인 방향을 모색해볼 수 있습니다.

✅ 1. 디지털 자산의 성격 구분

  • 재산적 성격이 강한 자산: 암호화폐, 유튜브 수익, 블로그 광고 수익 등은 상속 대상으로 명확히 분류 가능
  • 사적인 성격이 강한 자산: 이메일, 개인 사진, 메신저 등은 프라이버시 보호의 관점에서 신중히 접근

→ 유산을 경제적 자산 vs 사생활 정보로 분류하여 처리 방식을 달리해야 합니다.

✅ 2. 사전 의사 명시 (디지털 유언장)

사망자가 생전에 디지털 유언장 또는 **계정 관리 정책(예: 구글의 Inactive Account Manager)**을 통해
자신의 계정 처리 방향을 명시해두었다면, 해당 내용이 가장 우선적으로 존중되어야 합니다.

→ 생전 의사 존중은 법적 분쟁과 프라이버시 침해를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 3. 최소한의 열람 범위 설정

유가족이 디지털 유산에 접근할 경우, 전체 정보 열람이 아닌 필요한 데이터에 한정된 접근을 요청하는 방식이 바람직합니다.

예) 금융 거래 정보 확인 → 메일 전체 열람이 아닌 특정 기간/계좌 관련 데이터만 제공 요청

→ 정보 제공의 범위를 한정함으로써 사생활 침해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 4. 플랫폼 정책과 법적 절차 병행

  • 각 플랫폼은 사망자 계정에 대해 자체 정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유족은 사망 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법원 결정서 등을 준비해 정식 요청해야 합니다.
  • 법적 명령 없이 강제 접근은 개인정보보호법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소지가 있음에 유의해야 합니다.

사례로 보는 충돌 문제

사례 1: 고인이 남긴 유튜브 채널의 수익이 매월 발생하지만, 계정 비밀번호를 모르는 가족은 접근 불가. 구글 측에 요청했으나 법적 문서 미비로 거절됨.

사례 2: 고인의 이메일을 열람한 유족이 지인의 사적인 내용을 무단으로 공개하며 명예훼손 소송 발생.

이러한 사례는 모두 상속권과 개인정보 보호 원칙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문제입니다.


결론

디지털 유산 상속은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망자가 남긴 디지털 자산은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개인의 사생활과 타인의 개인정보까지 포함하고 있어, 법적·윤리적으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2025년 현재, 대한민국은 사망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개인정보보호법상 명시하고 있지 않지만, 플랫폼의 내부 정책과 유족의 상속권이 계속해서 충돌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개인은 디지털 유산을 미리 정리하고, 유족은 법적 절차에 따라 신중히 접근해야 하며, 사회는 상속과 프라이버시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