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는 사망자 개인정보를 어떻게 보호할까? 주요 국가 비교 분석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삶뿐 아니라 죽음 이후의 정보 처리 방식까지 바꾸고 있습니다.
이제 사람은 사망한 후에도 SNS, 이메일, 클라우드, 유튜브 채널, 암호화폐 지갑 등 다양한 디지털 자산과 개인정보를 남기게 됩니다.

문제는 이 같은 정보들이 사망 이후 어떻게 처리되고, 누구에게 접근 권한이 주어지는가에 대한 법적 기준이 국가마다 다르다는 점입니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에 민감한 국가일수록, 사망자 정보의 보존과 삭제, 상속의 경계에 대해 더욱 엄격한 기준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해외 주요 국가들이 사망자 개인정보를 어떻게 보호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제도적 특징을 비교 분석해보겠습니다.


사망자 개인정보 보호, 왜 중요한가?

사망자의 계정에는 다음과 같은 민감 정보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 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영상
  • 이메일, SNS 메시지, 대화 기록
  • 의료기록, 금융정보, 온라인 구독 내역
  • 제3자(가족, 지인)의 개인정보가 함께 포함된 자료

이러한 정보는 단순한 유산이 아니라, 프라이버시와 타인의 권리까지 얽혀 있기 때문에
단순한 상속이나 삭제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법적·윤리적 문제가 발생합니다.


1. 🇺🇸 미국 – RUFADAA로 부분적 보호 및 상속 허용

미국은 사망자의 디지털 자산에 대한 접근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RUFADAA(Revised Uniform Fiduciary Access to Digital Assets Act)**라는 법안을 마련했습니다.

주요 내용:

  • 유언장 또는 사전 설정을 통해 유족(또는 지정자)이 디지털 자산에 접근할 수 있음
  • 고인의 명시적 동의가 없을 경우, 일부 데이터만 제한적으로 접근 가능
  • 플랫폼의 약관과 충돌하더라도 법적 상속권을 우선하는 구조
  • 대부분의 주에서 RUFADAA를 채택(2025년 기준)

🔎 시사점: 미국은 법적 문서 기반으로 상속자의 권리를 인정하되, 고인의 사전 동의 여부를 중요하게 봄


2. 🇪🇺 유럽연합 – GDPR은 생존자 중심, 국가별 보완 제도 운영

EU의 대표적 개인정보 보호 규정인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은
기본적으로 살아 있는 개인의 정보만 보호 대상으로 규정합니다.

하지만 일부 회원국은 자체 법령을 통해 사망자 정보 보호를 보완하고 있습니다.

예시: 프랑스

  • 프랑스 민법 제40-1조에 따라, 개인은 생전에 사망 후 개인정보의 처리 방식을 지정할 수 있음
  • 고인이 생전에 남긴 지시에 따라 계정 삭제·보존 가능
  • 유족은 명시된 권한이 없는 경우, 접근이 제한됨

🔎 시사점: EU는 기본적 틀은 생존자 보호에 맞추되, 사망자 정보 보호를 각국 자율에 맡기는 분권형 모델


3. 🇩🇪 독일 – 사망자의 데이터도 상속 대상

독일은 디지털 유산에 대해 가장 명확한 판례를 갖고 있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2018년 연방대법원 판례:

  • 부모가 사망한 자녀의 페이스북 계정 접근을 요청했으나, 페이스북은 이를 거부
  • 법원은 사망자의 계정은 상속 대상이 되며, 상속인이 접근할 수 있다고 판결
  • 디지털 계정도 전통적 유산과 동일하게 처리한다는 법적 입장 확립

🔎 시사점: 독일은 사망자의 프라이버시보다 상속인의 권리를 더 우선시


4. 🇯🇵 일본 – 법적 근거 없이 플랫폼 자율에 의존

일본은 아직 디지털 유산이나 사망자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법적 규정이 미비한 편입니다.

  • 사망자의 정보 처리 관련 명시적 법률 없음
  • 대부분 플랫폼(야후재팬, 라인, 구글 등)의 자체 규정에 따라 계정 삭제 가능
  • 가족이 요청해도, 콘텐츠 열람은 대부분 불가

🔎 시사점: 일본은 법보다 기업 정책에 의존하는 구조, 개인이 생전에 대비해야 혼란 최소화 가능


5. 🇰🇷 한국 – 보호 사각지대에 놓인 사망자 정보

2025년 현재, 대한민국의 개인정보보호법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개인정보란 살아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즉, 사망자의 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직접 적용 대상이 아님.

  • 고인의 계정은 플랫폼 정책에 따라 삭제 가능하지만, 열람·인계는 제한적
  • 유족 간 의견 불일치 시, 법적 근거 부족으로 분쟁 발생 가능성
  • 사망자의 클라우드, SNS, 이메일 등에 남은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

🔎 시사점: 제도적 공백이 크며, 디지털 유언장이나 플랫폼 설정 등 개인적 대비가 필수


국가별 사망자 정보 보호 비교 요약

국가사망자 정보 보호디지털 유산 상속특징
미국 🇺🇸부분적 보호유언장 근거 시 가능RUFADAA로 상속인 권리 인정
EU 🇪🇺국가별로 상이일부 제한적 허용GDPR 외 국가별 보완 제도
독일 🇩🇪보호보다는 상속 중시명확히 상속 가능판례로 법적 기준 마련
일본 🇯🇵보호 미비플랫폼 정책 의존자율 처리 중심, 법 제정 미비
한국 🇰🇷보호 공백상속 불명확법적 기준 부족, 개인 대비 필요

결론: 사망자 정보 보호, 이젠 법과 제도의 문제다

세계 각국은 각자의 방식으로 사망자의 디지털 흔적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일부 국가는 상속을 우선시, 일부는 프라이버시 보호에 집중, 또 어떤 국가는 플랫폼 정책에 의존합니다.

대한민국은 아직 이 분야의 제도적 기반이 미흡한 상태이며, 개인이나 유족이 스스로 정보를 정리하고 지켜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 ✅ 사망자의 개인정보 보호 범위 명문화
  • ✅ 유족의 정당한 접근권 보장과 절차 확립
  • ✅ 디지털 유언장 문화 활성화
  • ✅ 플랫폼들의 일관된 계정 처리 정책 의무화

디지털 시대, 죽음 이후의 데이터도 존중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고인의 사생활, 유족의 권리, 법과 제도의 균형 있는 발전이 필요한 시점입니다.